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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생활정치스튜디오 우리동네에서는 개헌을 주제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준우 사무차장을 모시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마디로 정리된 결론은 나올 수 없지만 이번 강연의 특징은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좋은 헌법이 좋은 정치, 좋은 정부를 보장하는가’

'국민주도 헌법 개정 전국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김준우 변호사는 오히려 개헌의 당위를 역설하지 않고 헌법 개정의 역사와 현행 헌법의 구조를 보여주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들을 펼쳐 보였습니다. 




개헌을 반대하거나 신중하게 생각하는 쪽의 입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소위 말하는 '87년 체제’였습니다. 지난 촛불시위의 과정에서 평화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가 일어났던 것은 바로 87년에 개정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랐던 것입니다.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치인이 선출됐던 것도 현행 헌법 체제였지만 그것을 교체한 것도 바로 같은 체제였다는 것이지요. 

일각에서는 시민참여적 개헌 방식을 주장하며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다루는 부분보다 국민 혹은 인간의 기본권을 현대화 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김준우 변호사는 우리 헌정사에서 이렇게 장기간의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가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9차례 헌법 개정 중에 419 혁명과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이루어진 민주 헌법 조차 6개월이 안되는 기간에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가 놀랐습니다. 게다가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에서 헌법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곳은 몇 안됩니다. 기본권 조항의 경우 현행 헌법도 꽤나 선진적이며, 이미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많은 부분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역 자치를 이루기 위해,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지방의회로 권한을 배분하는 문제는 결국 정치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왕왕 나옵니다. 그렇지만 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는 내각제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강하게 밀착돼 보수적 개혁을 밀어붙이는 총리도 있습니다. 

김준우 변호사는 이렇듯 정부형태를 규정하는 헌법상의 내용이 다분히 정략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경계를 하면서도 선거제도 등의 정치제도 전반의 문제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고,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는 제도라야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유럽의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 대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것도 특기할 만 했습니다. 이것들은 헌법 개정이 아닌 정치제도의 개혁과 시민참여의 확대로 이루는 정치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들입니다. 

헌법 개정의 필요성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 요청되고 있었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인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그리고 선거관리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지 많은 아이디어를 들려주셨지만 사실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어보입니다. 국회 권한의 강화(비선출 권력기관에 대한 임명동의권)을 통해 견제해야 하는 원칙은 나와 있지만, 국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과 유권자 의사의 비례성이 보장되지 않는 선거제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다시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연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지금껏 무능력한 대통령과 그것을 용인한 후진적 정치제도 청산, 그리고 많은 개혁 과제들이 개헌을 통해 첫단추를 낄 수 있겠다고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강연을 통해 역시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푸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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